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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바다 1
아버지의 바다 1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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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바다

이중섭 <제주도 풍경>
강홍림 글 · 사진
  • 오랜만에 맛보는 꿀잠을 뒤로하고 먹는 둥 마는 둥 길을 나섰다. 생각정리 핑계의 홀로여행! 제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안을 걷기 위해 정방폭포에 온 것이다. 소나무 너머 아담한 폭포가 절벽에 에워싸여 담겨있고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더운 여름 쏟아지는 장대비 같다. 터벅터벅 내려가면서도 머리 한 구석에는 회사 생각이다. 직장 옮기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더더욱 장인 회사에….
    ‘내 삶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것은 아닐까?’
    폭포수 흐늘거리는 물보라가 얼굴에 와 닿으니 촉촉한 기분으로 바뀌며 잠시 고민이 사라졌다.

  • 비울수록 채워지는 화수분처럼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기억되지 않는 순간들이 눈앞에 흐려지고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수가 무색할 만큼 기억은 역류되고 있다. 아직 젊지만 나이 들면서 욕심만 늘어가는 것 같고, 다음 달부터 생활이 바뀔 것도 조금은 걱정된다. 처가 도움을 받아 성공의 기회를 잡아보려는 야망이 과연 옳은 것일까?

  • 생각의 흐름을 따라 폭포를 빠져나와 서쪽으로 향했다. 곱게 물든 단청 아래 수선화 한 송이가 붓 터치로 피어있다. 방문객 없는 텅 빈 전시관의 실망스러움을 수려한 한국화 한 폭이 보상한다. 절벽에 늘어진 멋있게 세월을 이겨낸 소나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 영락없는 그림이다. 빼어난 경관 나 혼자 즐기고 있자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 ‘왜 서쪽으로 향하고 있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방랑객 기분을 느낄 때쯤, 소남머리에 다다랐다. 운동하는 동네사람과 눈인사를 나누고 고개를 돌리니 거대한 주상절리 환상이 나를 사로잡는다. 수백 수천 년을 지났을 법한 바위는 신선들이 앉아 쉬고 갈 의자 같다. 앉아볼까 망설임이 제주 근대사에 가로막힌다. 호기심어린 움직임에 동네사람은 절경에 담긴 슬픔을 이야기했다. 탄성의 절경과 눈물어린 아픔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희극이 마치 비극으로 되돌아오는 연극처럼 느껴진다.

  • 더 머무르고 싶은 절경을 뒤로하고 다시 서쪽으로 향했다. 아! 이상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발 씻겨주는 청년이 보였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 같아 조심스레 곁눈질로 걸어갔다. 생김새가 닮은 것이 부자처럼 보였다. 내 흘김을 느꼈는지 주섬주섬 발을 닦고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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