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이렇게 푸른 우리 섬 제주가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마구잡이 개발 논란도 덩달아 일고 있는데요.
제주는 과연 발전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상처 입고 있을까요?
처음 온 곳은 서귀포의 예래휴양단지.
서귀포의 푸른 바다 코앞에 마치 해안가를 파먹은 듯한 회색 시멘트 건물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6년
전 외국 자본 투자로 시작 된 대형 휴양 단지인데요.
완공도 못 되고 철거도 못 된 채 이렇게 방치돼 있습니다.
배관들이나 이런 것들이 그대로 노출 돼 있고요.
지금 이쪽으로 넘어와 보면 저 건너편에 문짝이 아예 문짝이 부러졌는지 꺾였는지 그냥 그대로 널부러져 있고요.
[박혜란/관광객] "풍경이 너무 좋고 아이들도 되게 좋아할 위치이긴 한데 저렇게 저는 봤더니
녹슨 흔적도 있고 너무 무섭더라고요."
[박재모/JDC 휴양단지처장] "대법원에서 유원지로 정의한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충분한 의지를 가지고 향후에 사업을 검토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러나 토지를 둘러싼 소송이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규모 단지뿐이 아닙니다.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요.
이렇게 짓다만 불법 건축물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된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가 있고요.
또 반대편 돌담길 위에도 공사 자재들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고영희/애월읍 주민] "저거를 무슨 방도를 안 해주면은 만약에 사고 나면은 어떻게 하느냐 하면서." ("혼자만 화가 나신 건가요. 아니면 주민들 다 그러시나요.") "다 주민이 화가 나죠. 불법 건축한
분은 이제 징역 가있대요." ("책임질 사람이 없네요.") "그렇죠."
주민 반대에도 제주 곳곳에는 건축 공사가 한창입니다.
심지어는 제주의 고유한 문화와 상관없는 관광단지가 들어서기도 합니다.
[박흥삼/선흘2리 주민] "생뚱맞게 동물원을 짓는다 하니. 뭔가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람사르 습지 도시로 지정이 된 곳이거든요. 이 지역이. 그래서 생태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보존가치가 높군요.") "네. 그런 자원을 가지고 있는 마을인데. 생뚱맞게 동물원을 짓는다고."
난개발로 몸살 앓고 있는 제주,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깔끔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제주도에서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제주 생태계의 허파라 불리는 독특한 덤불 숲, 곶자왈 지대의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1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곶자왈지대 중 30%가 개발 등으로 인해 파괴됐습니다.
승마장 등 관광지만 스무 곳, 골프장 일곱 곳에 공장과 채석장까지, 숲을 밀어내고 지어진 시설만 127곳이라고 합니다.
화산섬인 제주에서 빗물을 머금어 줄 숲이 사라지면 지하수 고갈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곶자왈뿐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닷속에서도 심상찮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데요.
로드맨이
그 현장에 가봤습니다.
먼저 제주 해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고춘심/해녀, 귀일어촌계장] "심한 날은 오폐수가 내려오기도 하고." ("물이 더러워지는 게 보여요?") "그럼 한 번 와서 촬영을 해봐요. 바다에." ("그럼 제가 가볼게요.")
해녀분 말씀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직접 바다로 나가보겠습니다.
제가 잠수 자격증이 없어서
자격을 보유한 저희팀 카메라 기자, 로드맨이 아니라 로드 카메라맨이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지금 각오가 어떠신가요?
("상당히 긴장되는데 시청자분들에게 생생한 화면을 전달하기 위해서 직접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멘트를 외우신 것 같은데?" ("아, 아닙니다.")
수심 20미터 아래.
녹슨 파이프관에서 탁한 황톳빛 물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주변에는 해초 한 포기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3년 전 인근 바다에서 찍은 영상과는 확연히 대비됩니다.
[김태효/로드맨팀 카메라기자] "바닷속에서 냄새가 날 줄 몰랐는데 근처 가니까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가 하수구 냄새가 확 느껴지더라고요." ("물속에서도 냄새가 나요?") "물속에서도 냄새를 맡았어요."
인근 하수처리장에서 늘어나는
생활하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일부를 바다로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겁니다.
바다뿐 아니라 땅 위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이곳은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인데요.
처리 용량이 초과 돼서 소각도 제대로 못 시키고 이렇게 쓰레기들을 쌓아만 두고 있습니다.
[이영웅/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태워서 없애야 되는데 지금 반입 되는 게 그보다 훨씬 많다보니까
하루에 100톤 정도씩은 다 이렇게 지금 압축 포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반적으로 제주의 환경 용량이 초과 되는 이런 현상들이." ("빨간 불들이 들어오는 군요, 곳곳에서.")
관광객 수가 하와이의 두 배가 됐다며 환호하는 사이, 제주는 이렇게 속으로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광객을 더 받겠다며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넓은 평원이
다 공항 예정 부지입니다.
[강정민/제2공항 추진위원회 부위원장] "거의 모든 개발은 서쪽 아니면 제주시 쪽으로 가있습니다. 편중…이쪽 동쪽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주도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꼭 해야 된다. 우리 30년 숙원사업이자…"
[노민규/제주도민] "관광객이 천만 명이 더 늘었지만 근데 제주도민의 삶의 질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러면 개발과 성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하는데도 브레이크 없는 고속 질주를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 중요한 기점에 제 2공항이 놓여있고."
최근 제주도에서 도로 확장공사 때문에 아름드리 삼나무 수천 그루를 베어낸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분노했죠.
적어도 제주도에서만큼은 함부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제주 주민과 관광업 종사자, 여행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제주도에 관광시설을 더 개발하는 게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주민들과 업계 종사자는 비교적 긍정적인 답변이었는데, 정작 관광객들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남겨놨으면 좋겠다는 거죠.
사람들이 제주를 왜 찾는지, 제주의 진짜 보물이 뭔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백년이 지나도 우리 섬 제주는 이처럼 아름다울까요?
무리한
개발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있는 건 아닌지 함께 고민해 봐야할 때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257481_246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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